박근혜 당선인의 대선 승리에는 김종인ㆍ김성주ㆍ안대희 등 이른바 `영입파`의 숨은 공로가 만만치 않다. 캐스팅보트를 쥔 중도ㆍ무당층 유권자를 움직이는 데 이들 역할이 결정적이었다는 게 캠프 내 평가다. 대통령직 인수위원장, 국무총리 후보 등으로 김종인 캠프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 거론되고 있는 것처럼 이들 영입파 군단은 박근혜 정부에서 중요 보직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 영입파 내에서 가장 뜨거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3인방은 김 위원장과 김성주 공동선대위원장, 안대희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이다.
박 당선인의 `경제 멘토`인 김 위원장은 박 당선인과 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 정책 공약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주인공이기도 하다. `김종인=경제민주화`라는 공식을 각인시키며 야권이 보다 선제적인 목소리로 주도권을 잡았어야 할 공약 싸움에서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현재 인수위원장과 국무총리 후보군에서 선두를 형성하고 있지만 보수층과 당내 주류 세력으로부터 강한 견제를 받고 있다. 보수층 논객들은 경제민주화 상징성이 강한 김 위원장이 중책을 맡으면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부에 이념적 혼선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안대희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은 박 당선인이 삼고초려해 영입한 케이스다. 정치 쇄신을 총괄해달라는 간곡한 부탁 이면에는 검풍(檢風) 차단이라는 전략적 판단도 개입돼 있었다. 유력 대선 후보에게 사사건건 돌출되는 검찰발 비리 의혹설과 정치적 수사 리스크를 사전 차단하는 카드로 대검 중수부장 출신에 대법관까지 역임한 안 위원장이 선택됐다는 후문이다.
그는 한나라당 차떼기 사건과 노무현 전 대통령 대선자금 수사를 맡으며 `국민 검사`라는 칭호를 얻을 만큼 대중적 인지도와 선호도가 동시에 높은 극히 몇 안 되는 검찰 출신 인사다.
박 당선인의 `여성 대통령론`을 대학 캠퍼스에 확산시킨 주역이었던 김성주 공동선대위원장은 영입파 인사들 중에서도 무궁무진한 활약이 예상되는 인물이다.
그는 지난 11월 인천에서 열린 대선 출정식에서 박 당선인을 제외한 당직자 중 유일하게 아이패드를 들고 나와 지지하는 `깜짝 5분` 스피치를 벌여 주목받기도 했다.
그만큼 김 위원장에 대한 박 당선인 신뢰가 높은 것은 물론 모종의 역할을 해달라는 주문이 많다는 뜻이다.
동교동계 중진들로 박 캠프에 합류했던 한광옥ㆍ김경재 전 의원은 새 정부 출범 후 국민대통합과 대탕평 인사를 명분으로 모종의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 11월 광주 지역을 방문한 박근혜 당시 대선 후보에게 1박 장소로 전남 담양리조트 아이디어를 낸 이들도 바로 동교동계 영입파다.
담양리조트는 고 김대중 대통령이 생전 휴양차 즐겨 찾던 곳으로, 전남 지역민들에게 `애틋한` 상징성을 품고 있는 곳이었다.
변추석 선대위 홍보본부장과 조동원 홍보기획본부장은 선거 승패를 좌우할 대선 PI(presidential identity), 슬로건 , TV 광고 등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영입파 프로페셔널이다. 변 본부장은 당선인 이름 초성인 `ㅂㄱㅎ`과 `스마일(Smile)` 이모티콘, 토크(Talk)를 상징하는 `말풍선`이 결합된 대선 PI를 내놓아 반향을 일으켰다.
라이벌인 야권 캠프에서조차 "생각보다 잘 만들었다"는 부러움이 터져나올 만큼 유권자들에게 뿌리 깊게 각인된 박 후보와 새누리당의 딱딱한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 상당한 효과를 봤다.
조동원 본부장은 이보다 앞서 지난 4월 총선을 앞두고 영입한 광고 전문가다. 총선 때 새 당명과 빨간색 로고를 만들어냈으며 대선 때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동영상을 제작하는 데 일조했다.
[이재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