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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은회장님 컬럼기사-"경기 하락기 중기 활로 찾아라"
admin
2022-07-25 16:44

[테마진단] 경기 하락기 中企 활로 살펴라


거의 동시에 일어난 한 초등학교 여학생과 40대 여성의 죽음이 많은 파장을 남기고 있다. 귀한 목숨을 앗아간 범죄 행위를 방치하다시피 한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가 많은 사람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성범죄자의 허술한 관리, 올레길의 나 몰라식 안전이 범죄를 잉태한 것처럼, 우리 경제 구조 역시 중소ㆍ중견기업을 죽음으로 몰고 가는 범죄적 잠재성과 개연성을 가지고 있지는 않을까?


우리 경제가 대외 위기에 얼마나 취약한지는 여러 번 학습한 바 있다. 정부는 과거에 비해 단기 국채비율이 낮아졌고 외환보유액이 충분하다고 한다. 그러나 유로존 위기가 미궁에 빠져들면서 유일한 돈줄이었던 독일의 신용등급 전망마저 부정적으로 바뀌었다. 지난 외환위기와 금융위기가 급성전염병이었다면 이번 유로존 위기는 잠복기간이 긴 전염병일 수 있다.


대내적으로는 어떠한가? 1000조원을 돌파한 가계부채는 물론 공공기관과 지방정부 부채가 부담스럽다. 정부가 은행권 가계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가계부채의 연체율이 올라갔고, 310조원에 달하는 주택담보대출의 연체율도 1%에 육박하고 있다. 부동산 불황으로 은행권의 낮은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라는 보호막도 위태해질 수 있다. 게다가 '하우스 푸어'가 이슈화되면서 정부는 다시 총부채상환비율(DTI)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서민의 이자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대출이자의 상한선을 낮췄지만 서민들은 돈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가 되고 있다.


BBB+ 이하 비우량 기업들의 상황은 더 나쁘다. 상황이 호전되었던 2009년 이들 기업이 발행했던 회사채 만기가 올 하반기에 집중돼 있다. 주된 자금조달원인 코스닥시장은 지난 5년간 400~500대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기업공개와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조달은 남의 일이 된 지 오래다. 금융회사의 특성상 담보로 제공된 부동산과 주식의 가치가 떨어지고 있으니 신규대출을 해줄 리 없다. 유동성 여력이 남아 있는 기업도 대출 연장을 거부하면서 부도로 몰아가는 사례가 허다하다.


얼마 전 대기업 공급이 끊긴 부품사에 대한 기사를 읽은 은행 직원이 기자에게 회사의 이름을 알려달라고 졸랐다는 기사를 봤다. 부도나기 전에 먼저 자금을 회수하려는 속셈에서다. 한 금융회사가 회수하면 다른 금융회사들도 함께 회수에 나서는 게 현실이다. 기업의 유동성 경색이 알려지면 주가는 더 떨어지게 되고, 아무리 저평가되어도 투자자가 나서지 않는다. 부도가 불 보듯 뻔하니 외부감사인 역시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 가능성'이 훼손됐다며 감사의견을 주지 않게 되고, 한국거래소는 규정에 따라 상장폐지를 선고한다. '친구'라는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그만해라. 많이 먹었다'라는 대사가 기억난다. 살 수 있는 기업을 죽이는 것도 범죄가 아닐까.


한 기업의 자금 경색이 다른 기업들의 연쇄부실로 이어질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예를 들면 매출의 5%를 차지하는 거래기업의 파산으로 매출채권이 휴지조각이 되면 제조업 평균이익률 5%를 순식간에 상쇄하게 된다. 경기 사이클이 하락 국면이 될때마다 유동성 문제로 흑자도산하는 중소ㆍ중견기업의 일자리가 좋은 일자리가 될 리 만무하고, 따라서 청년실업이 개선될 여지도 없다. 대선 주자들은 저마다 좋은 일자리 창출, 공정한 사회를 약속하고 있다. 그러나 대기업의 불공정관행, 후진적인 금융관행, 부처이기적 정책 등으로 빈익빈부익부 현상은 사회 곳곳에서 더욱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는 '대한민국에서 기업을 하는 것은 미친 짓이다'라는 중소ㆍ중견기업인들의 아픔에 통감하고, 기업을 죽이는 것도 범죄라는 신념을 가진 대통령이 선출돼 좋은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국가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김성은 경희대 경영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