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철폐→물가 인하… 체감도 높이는 일 중요
복지 이념화시키면 충돌 격화… 성장·분배 함께하는 발전 모델에 힘 보탤 것
FTA 국내활용 촉진 위해 국토위·지경위서 일하고 싶어
=손철기자 runiron@sed.co.kr입력시간 : 2012.04.16 18:02:30수정시간 : 2012.04.16 21:28:10
대담: 온종훈 정치부장 jhohn@sed.co.kr
"자유무역협정(FTA)의 영향력이 나타나고 있어요. 글로벌 경제 위축에도 대기업, 중소기업 없이 수출이 늘고 있습니다. 특히 자동차 부품은 급증 추세에요. 1?4분기 우리나라의 외국인투자도 4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수출과 투자를 늘리는 FTA의 쌍끌이 효과가 나타나고 있으니 자연스럽게 FTA 논란은 종지부를 찍을 겁니다. 민주통합당 등 야당은 외면하지만 참여정부의 큰 치적을 왜 망치려는 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민주당의 FTA 선봉장인 정동영 전 대통령 후보를 따돌리고 19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은 16일 한미FTA 발효 한 달에 맞춰 서울경제신문과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당선자는 "FTA를 물가 인하로 직결시켜 국민의 체감도를 높이는 일이 중요하다" 며 정부의 세밀한 관리를 촉구했다. 그는 "FTA의 국내 활용을 촉진하기 위해 국회 외교통일통상위원회 보다 국토해양위나 지식경제위에서 일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중국과 일본간 양자 FTA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내놓았다.
정치인으로서 김 당선자는 "나라 전체를 보고 더하기(성장)와 나누기(분배)가 함께 가는 발전 모델에 힘을 보탤 것" 이라며 "(야권처럼) 복지 문제를 이념화하면 사회충돌만 격화될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역구 국회의원으로서 "강남 수서지구를 교통과 물류의 요충지로 발전시키는 복합 타운 개발에 앞장서겠다"고 약속했다.
김 당선자는 "민주당이 FTA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다 역풍을 맞았다"는 말을 먼저했다. "유권자들을 만나보면 FTA의 세부적 내용은 잘 모르세요. 하지만 전 정부부터 오랫동안 추진해 온 국가적 정책이라는 공감대는 있습니다. 이런 국민적 인식을 가볍게 보고 민주당은 FTA를 야권연대의 매개체로 이용할 생각만 하고 선거 쟁점화하려다 오히려 '말 바꾸기' 비판에 직면하게 된 거죠. 국민을 우습게 본 겁니다. 뒤늦게 알고 본격 선거운동이 시작되자 FTA 폐기와 재협상 얘기는 쑥 빼더군요. FTA 논란 속에 소신 있게 일했다는 평가로 전 득을 본 것 같습니다."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하면 한미FTA 재협상을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할 가능성도 김 당선인은 이미 염두에 두고 있었다. "한국은 세계 7위권 통상 대국입니다. FTA가 교역 확대에 긍정적 영향을 주고 투자유치를 늘린다는 사실은 입증된 만큼 FTA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면 논란은 종지부를 찍게 될 겁니다. 누가 단점을 침소봉대하고 장점은 과소평가해 국민의 눈을 가리려 했는지 드러납니다. 이미 중소기업들이 한미FTA 효과로 수출 증대 효과를 보고 있습니다. 이 달 초 뉴욕에서 열린 한국 경제 설명회에는 평소의 2배 넘는 외국 기업인이 방문해 관심을 보였습니다."
실제 자동차 부품 관련 중소기업들은 최근 폭주하는 주문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정부는 "올 1분기 외국인 직접투자(FDI) 규모가 23억5,000만달러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 증가한 것으로 유럽 재정위기가 지속되는 와중에 이례적 성과로 평가된다.
하지만 FTA의 장점을 국민이 체감하고 호의적 평가를 내리기엔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다는 지적도 그는 잊지 않았다. "가장 큰 문제는 FTA가 소비자 물가를 끌어내려 소비자가 혜택을 직접적으로 누리지 못하는 것입니다. 수입업자가 관세 인하분을 추가 이익으로 챙기고, 복잡한 유통구조의 덫에 FTA 효과가 반감되지 않도록 해당 부처들이 꼼꼼히 관리하고 점검해야 합니다."
37년 동안 외교통상부에서 근무한 김 당선자가 국회에서 활동할 상임위원회로 외교통일통상위원회 보다 국토해양위원회나 지식경제위원회를 우선 고려하는 이유도 'FTA 활용도를 얼마나 높이느냐'가 향후 키 포인트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미국과 유럽연합(EU), 세계 양대 경제 축과 FTA를 맺은 지구촌 최고의 FTA 허브 국가입니다. 우리만의 차별화된 무기를 얼마나 잘 쓰느냐가 중요한데 국토부나 지경부가 앞장 서 길을 터줘야 합니다. FTA가 건설업과 관계 없는 듯 보이지만 FTA 상대국의 기업인들은 한국의 뛰어난 기술력에 엄청난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마침 이웃 지역구인 강남갑에서 외교부 출신인 심윤조 전 차관보가 당선돼 그의 비(非) 외통위 진출 가능성은 높은 편이다.
김 당선자가 내심 국토위와 지경위에 관심을 쏟는 것은 지역구 의원으로서 일 욕심도 자리하고 있다. 강남을은 개포동과 일원동, 수서, 세곡동 등이 자리해 재건축?재개발 관련 현안이 많은 곳이다. "수서역 주변은 인천과 서울의 동남권을 연결하는 교통의 요충지로 유통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이점을 갖추고 있습니다. 또 강남을은 다른 지역에 비해 문화시설이 크게 부족한 데 수서에 복합타운을 만들어 강남의 또 다른 '랜드마크 건물'로 만들면 보완할 수 있습니다." 서울시의 재건축 규제 강화도 강하게 비판했다. "재건축, 재개발은 주민들 합의가 가장 중요하고, 교통이나 환경에 피해가 없으면 규제는 최소한에 그쳐야 하는데 서울시는 너무 과도하게 개입하고 있습니다."
중앙 정치인으로서 철학도 그는 분명히 제시했다. "국회의원이라면 국가 전체를 봐야 합니다. 덧셈(성장)과 나눗셈(분배)을 선순환 시켜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할 겁니다. 분배에 정치적 고려도 필요합니다. 그렇지만 과격한 형태는 문제가 있습니다. 특히 복지문제를 이념화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사회충돌을 격화시키자는 얘기로 정치권이 복지를 투쟁의 대상으로 삼아선 안 됩니다. 야당이 국민을 1대 99로 가르는 데 수권정당으로서 자격을 의심할 수 밖에 없습니다."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승리한 비결에 대해 김 당선자는 "야당이 FTA 폐기나 제주 해군기지를 '해적기지'로 비난하며 판을 뒤엎으려는 시도에 대해 중산층, 보수층의 경계심과 견제심리가 결집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용은 우리 당이 많이 약한 듯 합니다. 이번 총선에서 SNS의 전국적 영향력을 당이 점검해 대선 전에 대비책을 꼭 세워야죠"
그는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해선 "원칙을 지켜 국민에게 신뢰를 주는 정치인으로 자리매김한 것이 큰 장점" 이라며 "FTA 비준에도 든든한 후원군이 됐다"고 평가했다. 김 당선자는 "대선 과정에서 박 위원장의 원칙이 딱딱하지 않고 국민의 삶에 직접 영향을 주는 점 등이 잘 드러날 수 있도록 모든 힘을 쏟아 돕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한편 김 당선자는 "한중FTA가 기회와 위협을 동시에 갖고 있지만 '같은 점을 앞에 두고 다른 점은 뒤로 놓는' 구동존이의 원칙을 지켜나가면 협상 타결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중일FTA는 일본의 국내 정치적 여건이 성숙하지 않아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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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16 , 서울 경제